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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2》 - 공포를 키우는 미소, 내면의 불안 1. 미소의 역설: 인간 심리에 대한 가장 불쾌한 은유《스마일 2》는 단순한 점프 스케어 중심의 공포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가 공포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보다 정교하고 심리적인 층위에 닿아 있다. ‘웃고 있는 얼굴’이라는 기본 콘셉트는 그 자체로 이중적이다. 우리가 흔히 안전하고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는 ‘미소’는 여기서 위협과 공포, 그리고 억압된 심리의 기호로 반전된다. 감독은 이를 통해 공포의 실체가 외부적 위협이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 억눌려 있던 감정의 누적임을 드러낸다. 주인공이 마주하는 ‘웃고 있는 사람들’은 단순한 귀신이 아니라, 자책감, 후회, 죄책감이 투영된 심리적 실체이다. 이로써 《스마일 2》는 단순한 귀신 이야기나 원혼 서사를 넘어서, 트라우마의 확산이라는 심리학적 공포를 시청.. 2025. 5. 16.
《글래디에이터 2》 - 피의 투쟁 너머에 깃든 명예 1. 신화의 귀환, 후속작의 부담을 꿰뚫은 서사 전략《글래디에이터 2》는 2000년작 《글래디에이터》의 후속편이라는 점만으로도 엄청난 기대와 동시에 부담을 안고 출발한 작품이다. 전작은 단일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신화성과 인간 서사를 모두 아우르며 장르 영화의 전범을 제시한 작품이기에, 이 후속작이 가져야 할 서사적 명분과 정당성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러한 기대 속에서 '맥시무스' 이후의 시대, 즉 그의 죽음이 남긴 흔적과 가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인물 '루키우스'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 인물은 과거의 영광과 비극을 목도한 자이자, 새로운 시대의 분열을 직접 겪는 존재로 설정되며, 후속편의 정체성을 전작과 단절이 아닌 '계승과 반성'의 구조로 재편한다. 이 서사 전략은 단순한 속편을.. 2025. 5. 16.
《러브 인 더 빅 시티》 - 낯선 도시에 피어난 짙은 사랑 1. 감정의 파편으로 직조된 서사: 연애와 존재의 분열적 시간《러브 인 더 빅 시티》는 선형 서사를 거부한다. 대신 감정의 파편으로 서사를 짜고, 그 파편은 마치 시간의 틈 사이로 흘러나온 고백처럼 무작위로 흩어진다. 이는 단순한 구성 방식의 전환이 아니다. 감독은 사랑을 하나의 서사로 환원하려는 기존 영화 문법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랑이란 결국 기억의 왜곡과 단절, 반복되는 실패와 희망의 덩어리라는 점을 영화적 구조 자체로 반영한다. 주인공 '영'은 명확한 기승전결이 존재하지 않는 관계들 속을 유영하며, 관객은 그 여정을 따라가며 때론 감정에 휩쓸리고, 때론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연애의 경험이란 본디 그렇게 파편적이며, 영화는 그 비선형적 진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사랑은 누군가를 만나고 이별하며 끝.. 2025. 5. 16.
《스프링 가든》 - 봄의 빛과 그림자에 스민 치유 1. 폐쇄된 공간 속 ‘봄’이라는 역설적 상징《스프링 가든》은 제목에서부터 이중적 의미를 품고 있다. ‘봄(Spring)’은 새로운 시작, 생명, 따뜻함을 연상케 하는 계절이지만, 영화는 이 단어를 철저히 폐쇄되고 차가운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배경으로 끌어온다. 이는 감독이 의도적으로 활용한 역설적 장치이며, 극단적으로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인물들이 겪는 정서적 변화와 탈출에의 욕망을 부각시킨다. 실제로 영화의 주된 배경은 외부와 단절된 공간인 ‘실내 정원’이며, 이곳은 통제와 관찰의 대상이자, 동시에 주인공에게는 유일한 위안의 장소로 기능한다. 이는 인간 본성이 갈망하는 자유와 감시 체계 내에서의 안식을 동시에 상징하며, 현대 사회가 만든 ‘가짜 자연’ 속에서 진정한 생명성을 회복할 수 있는가에.. 2025. 5. 16.
《댓글부대》 - 조작된 여론, 진실은 침묵하지 않는다 1. 보이지 않는 권력의 실체화: '댓글'이 무기가 되는 시대『댓글부대』는 우리가 매일 접하는 포털 댓글과 SNS 여론이 과연 누구의 목소리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 영화는 댓글이라는 작고 사소한 행위가 어떻게 조직화되고 무기화되는지를, 그 과정 속에 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개입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언뜻 보기에는 단순한 정치 스릴러 같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 전체에 걸친 ‘보이지 않는 권력’의 기제가 숨어 있다. 영화는 단순히 선악 구도를 세우지 않는다. 대신 익명의 힘, 이름 없는 다수의 공조가 어떻게 현실을 조작하는지 보여주며, ‘민주주의’라는 말에 내포된 허상을 드러낸다.주인공은 공익적 내부고발자와도 다르고, 완전한 가해자도 아니다. 그는 구조의 일부로 기능해온 평범한 실.. 2025. 5. 16.
《로기완》 - 경계 없는 추방자들의 사랑과 연대 1. 경계의 이방인: 국경과 존재를 넘나드는 인물 설정『로기완』은 탈북민이자 벨기에로 망명한 인물 ‘로기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이중 삼중의 경계선에 서 있는 인물을 정면으로 조명한다. 이 영화는 단지 국적을 상실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경계에서 삶을 버텨내는 모든 존재를 위한 은유적 초상이다. 주인공은 조국으로부터 배제당했고, 망명국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며, 법적 지위조차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 있다. 그가 겪는 언어, 피부색, 체류자격, 생계의 위협은 전형적인 디아스포라적 고통이면서도, 구체적으로 한반도 분단이라는 특수성까지 안고 있다.감독은 로기완의 움직임을 좁고 어두운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그의 세계가 얼마나 제한적이고 폐쇄적인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기차역, 수용소, 비자 발급 사무실 등 .. 2025.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