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줄거리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2018년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직접적인 후속작으로, 마블 코믹스 기반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작에서 멀티버스를 통해 다양한 스파이더맨들이 한자리에 모인 바 있다면, 이번 작품은 그 개념을 훨씬 더 심화시키며 ‘정체성과 운명’이라는 철학적 질문을 중심에 놓는다. 주인공 마일스 모랄레스는 여전히 뉴욕의 평범한 고등학생이자, 한편으론 스파이더맨으로 살아가는 이중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야기는 그웬 스테이시의 세계에서 시작된다. 그녀 역시 스파이더우먼으로서 삶과 고통을 안고 살아가며, 아버지와의 갈등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려 애쓴다. 어느 날 새로운 멀티버스 위협이 발생하고, 그웬은 ‘스파이더 소사이어티’라는 다중우주 스파이더맨들의 조직에 합류하게 된다. 그 소사이어티는 수백 개의 평행 우주에서 스파이더맨이 공존하는 거대한 구조로, 스파이더맨 2099인 미겔 오하라가 이를 이끈다. 그는 멀티버스의 안정성을 위해 ‘정해진 사건(캐넌 이벤트)’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마일스는 이 멀티버스의 존재를 알게 되며, 그웬과 다시 만나 감정적으로 복잡한 연결을 회복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세계’와 ‘다른 세계에서 일어날 사건’ 사이에서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미겔은 마일스가 ‘캐넌 이벤트’를 파괴할 존재라고 경고하며, 그의 행동이 다른 우주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마일스는 다른 스파이더맨들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되고, 동시에 자신의 아버지가 곧 사망할 운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마일스가 정해진 운명에 맞설 것인가, 아니면 스파이더맨으로서의 대의에 순응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딜레마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스스로 “나는 내 이야기를 내가 쓴다”는 선언과 함께 탈출을 시도하고, 자신만의 선택을 향해 나아간다. 마지막에는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마일스는 자신이 원래 있던 세계가 아닌, ‘플라울러(범죄자 버전 마일스)’가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로 잘못 전송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클라이맥스 없이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채 PART TWO를 예고하며 종료된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역사적 배경
이 작품은 슈퍼히어로 장르, 특히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가 수십 년간 구축해온 정체성의 총체적 해체와 재구성을 시도하는 작품이다. 스파이더맨은 원래 1962년 마블 코믹스에 처음 등장한 이후, 다양한 버전으로 진화해 왔고, 피터 파커를 중심으로 한 정형화된 서사는 오랜 시간 동안 대중에게 정착되어 있었다. 그러나 2011년 ‘얼티밋 마블’ 세계관을 통해 흑인-히스패닉 혼혈의 ‘마일스 모랄레스’가 등장하면서, 스파이더맨이라는 아이콘은 인종·성별·배경을 초월하는 상징으로 재탄생했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단순히 다양한 스파이더맨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공통성과 차이를 통해 ‘영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특히 ‘캐넌 이벤트’라는 설정은, 스파이더맨이라는 서사가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고통—즉, 삼촌의 죽음,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 경찰과의 갈등 등—이 필연적으로 반복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내세운다. 이는 기존 히어로물의 정형화된 공식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한 장치다. 또한 작품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넘어서, 각기 다른 세계관을 고유의 시각 언어로 표현하는 시도를 했다. 그웬의 세계는 수채화로, 인도의 스파이더맨 파비타르의 세계는 전통 문양과 고전적 배경으로, 사이버펑크 세계는 그래픽 노블 스타일로 묘사된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문화적 다양성과 서사의 다층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특히 스파이더맨 2099 미겔 오하라는 다층적 리더로서, 히어로의 리더십과 책임의 이중성을 상징하며 스파이더맨의 도덕적 정체성을 다시 질문한다. 더 나아가, 본 작품은 ‘정해진 스토리라인’에 대한 메타 비판을 내포하고 있다. 스파이더맨은 항상 고통받고, 희생해야 한다는 설정은 일종의 히어로 문법이자 제약으로 작용해왔으며, 이를 마일스는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는 선언으로 전복시킨다. 이는 관객, 특히 젊은 세대에게 ‘운명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며, 기존 장르물에서 보기 드문 자유의지와 다양성에 대한 서사를 완성한다.
총평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단순한 속편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시각적 예술이자, 장르 해체의 교과서이며, 젊은 세대가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정체성의 거울이다. 영화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넘어,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성과 자유의지, 그리고 이야기 구조 자체에 대한 해석을 시도한다. 수백 명의 스파이더맨이 존재하는 장면은 단순한 스펙터클이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가 고유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진보적이다. 연출 측면에서도 본 작품은 기존 애니메이션 영화와 비교할 수 없는 밀도와 실험성을 보여준다. 장면 전환마다 애니메이션의 장르가 바뀌고, 음악과 색채, 선과 질감이 끊임없이 변주된다. 이는 단순한 장르 혼합이 아니라, ‘정체성의 혼란과 진화’라는 주제를 시청각적으로 구현한 시도이다. 마일스 모랄레스는 기존 스파이더맨들과 다르게, 처음부터 정해진 길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웅이 되기’를 선택하고, 이 서사 구조 자체가 기존 슈퍼히어로물의 공식을 넘어서려는 영화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다음 편을 위한 ‘미완의 마무리’가 아닌, 하나의 ‘깊은 울림’을 남긴다는 점이다. 클라이맥스 직전에 마일스가 스스로에게 내리는 선언은, 지금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남들이 짜놓은 이야기 속에 살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시각적 혁신, 철학적 깊이, 정체성의 선언이라는 세 가지 성취를 동시에 이룬, 진정한 의미의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