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줄거리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는 2023년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최신작이자, 그의 감독 인생에서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는 요시노 겐자부로의 동명 소설에서 제목을 차용했지만, 줄거리 자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전적 상상력이 섞인 오리지널 스토리이다. 현실과 환상, 상실과 성장의 경계를 넘나들며, ‘삶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조용히 던진다.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주인공 ‘마히토’는 도쿄 대공습으로 어머니를 잃은 뒤, 아버지와 함께 시골로 이사하게 된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여동생과 재혼하며, 가족은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된다. 마히토는 새 어머니에게 정을 붙이지 못하고,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고립된 정서를 드러낸다. 이러한 마히토 앞에 ‘말하는 푸른 왜가리’가 나타난다. 왜가리는 어머니가 살아있다며 수상한 탑으로 그를 인도하고, 마히토는 알 수 없는 초현실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이 세계는 미야자키 작품 특유의 판타지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죽은 자와 산 자, 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는 모호한 경계의 세계다. 그곳에서 마히토는 ‘큰 집’이라 불리는 탑 안에 들어가고, 그 안에서 시간과 공간의 법칙이 무너진 다양한 인물들과 마주친다. 마히토는 여러 생명체들과 교감하고, 전쟁의 파괴, 인간의 탐욕, 윤리의 상실과 같은 테마를 직면하게 된다. 그는 이 세계에서 잃어버린 어머니의 흔적을 찾으며, 동시에 자신이 어떤 인간으로 성장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결국 마히토는 이 세계에서 돌아오는 선택을 하며, ‘과거의 상실’을 붙잡기보다, ‘현재의 삶’을 받아들이는 성장을 보여준다. 영화는 마히토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자신이 변화했음을 느끼며 일상으로 나아가는 모습으로 끝난다. 이 마지막 장면은 ‘애도와 수용’, ‘현실과 환상’의 순환 구조 속에서 인간이 계속 살아간다는 근본적 진리를 상징한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역사적 배경
이 작품의 제목은 일본 작가 요시노 겐자부로가 1937년에 발표한 철학적 성장소설에서 따온 것으로, ‘도덕’, ‘인간성’, ‘공존’을 중심으로 사춘기 소년이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야자키는 해당 책에서 감명받은 바를 바탕으로, ‘질문 그 자체’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삼았다. 하지만 영화의 줄거리와 인물 설정은 원작과는 전혀 다르며, 철저히 미야자키의 상상력과 개인사가 녹아 있다. 이 작품은 감독의 자전적 고백으로도 읽힌다. 마히토는 어린 시절 미야자키 하야오의 분신처럼 묘사되며, 어머니를 잃고 꿈과 현실 사이를 헤매는 과정은 감독 본인이 전쟁 속에서 경험한 상실, 슬픔, 외로움을 투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중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미야자키가 일관되게 탐구해온 반전 메시지와 깊게 맞닿아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 또한 매우 독특했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이번 작품에 대해 ‘사전 예고 없는 깜짝 개봉’을 택했고, 티저나 상세 정보 없이 ‘순수한 영화 경험’을 강조하며 관객과 마주했다. 이 전략은 오히려 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작품 자체에 대한 몰입을 극대화했다. 기술적으로는 완전히 손으로 그려진 2D 애니메이션으로, CG를 최소화하고 아날로그적 감성을 극대화했다. 이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정체성을 계승하며,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예술이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시도였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단지 어린이를 위한 판타지가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보편적 질문을 던진다. 이는 팬데믹, 전쟁, 기후 위기 등 세계가 불확실성 속에 놓인 지금, 더욱 절실한 물음으로 다가온다.
총평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영화라는 예술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이자 유언이다. 단순한 스토리보다는, 질문과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작품이며,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관객 스스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되묻게 만든다. 연출 방식은 기존의 플롯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이미지의 연속과 상징의 반복으로 감정과 철학을 구축한다. 왜가리, 탑, 무너진 문, 손을 잡는 장면 등은 모두 성장과 상실, 선택과 수용을 상징하며, 그 하나하나가 시적 리듬을 품는다. 음악은 히사이시 조가 아닌, 신예 작곡가가 맡아 기존 지브리 사운드와는 다른 조용한 무드로 전개되며, 침묵의 여백이 많은 이 영화와 맞물려 깊은 여운을 준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단지 ‘보는 영화’가 아닌, ‘사유하고 느끼는 체험’ 그 자체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예술적 정수라 할 수 있다.